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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생각하라

AI가 '지능'을 어디서나 존재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의 최근 기사 「AI가 기업 조직에 대한 기본 가정을 뒤엎을 것이다」에서 Azeem Azhar는 이렇게 말했다.

 

지능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되면서, 인간의 통찰력이 희소하고 고가라는 기존 기관의 기본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언제든 효과적으로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조직 구조, 혁신 방식, 그리고 각 개인이 학습과 의사결정을 대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개인과 조직이 마주한 질문은 이렇다: 만약 지능이 갑자기 어디서나 존재하며 사실상 무료가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과연 지능이 정말로 어디서나 존재하며 거의 무료가 되어가는 것일까? 우리가 인간 지능의 정점이라 여기는 것은, 모두가 본 것을 보되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을 보는 능력이다. 또는, 완전히 낯선 것을 마주하고도 사전 지식 없이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대담한 통찰로 세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AI를 만든 이들은 그러한 지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AI 자체는 그렇지 않다. AI 개척자 프랑소와 숄레(Francois Chollet)가 지적했듯이, 지능은 단순히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들의 집합을 넘어선다. 그는 “무제한의 사전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일반화 능력, 즉 진정한 지능이 부족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Azeem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오늘날의 AI는 아직 완전한 지능은 아닐지라도, 이미 사회에 심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개인과 조직이 직면한 중요한 질문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먼저 그 질문들이 올바른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풍부한 전문 지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기회에 더 이야기하겠다.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과거 Jeff Bezos가 준 매우 통찰력 있는 조언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로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지능이 아닌 단지 전문 지식이 상품화되고 있다면, 지능의 어떤 요소가 여전히 독보적이며 가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에 대한 최소한의 답은 인간의 창의성, 가치관, 그리고 취향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PC 혁명을 돌아보자. 메인프레임 시절에는 컴퓨터가 희귀하고 고가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은 저렴해지고 어디에나 존재하게 되었다. "모든 책상과 가정에 PC 한 대"(결국엔 모든 사람의 손에 하나씩)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컴퓨터는 그야말로 상품이 되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Bill Gates는 운영 체제에 대한 통제가 독점적 이익의 원천이 될 것임을 깨달았고, Intel의 Andy Grove는 표준화된 시스템 내 주요 하드웨어 구성요소의 통제가 막강한 권력으로 이어짐을 인식했다. Michael Dell은 대중에게 표준화된 PC를 조립하고 제공하는 능력을 통해 하드웨어의 상품화 흐름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이들 모두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통찰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개척자 중 오직 한 사람만이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변하지 않을 것’에 기반하여 세웠다. 바로 인간이 자신의 선택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즉 가치의 표현이다. 그는 상품 시장 속에서도 브랜드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예술 비평가 Dave Hickey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General Motors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글을 쓰면서 이 아이디어를 멋지게 설명했다. GM의 스타일링 부사장이었던 Harley Earl은 Chevrolet에서 Pontiac, Cadillac으로 이어지는 계층 구조를 만들고 매년 디자인을 바꿔 새로운 모델이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Hickey는 자동차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따라 판매되는 예술 시장”의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Steve Jobs는 PC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징적인 1984년 광고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다. 그 개념은 Chiat/Day의 Steve Hayden, Brent Thomas, Lee Clow가 구상했고, 감독은 Ridley Scott이 맡았다. 그러나 그 광고, 그리고 뒤이은 Mac과 iPhone은 분명 Steve Jobs 고유의 창의성, 가치관, 취향의 혼합을 반영한 결과였다.


AI가 앞으로 가져올 변화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창의성, 가치, 취향이라는 이 세 요소는 인간 사회와 경제 속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문 지식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LLMs와 같은 시스템은 합의된 견해를 따를 경우 오히려 진부해질 수 있다. 예컨대, ChatGPT에게 웹사이트를 설계하게 했더니 수많은 어두운 디자인 패턴이 포함된 결과물이 나왔다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ChatGPT가 학습한 수많은 웹사이트 코드가 그러한 어두운 패턴을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ChatGPT도, 그것을 활용한 사람들도 그것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새롭고 예상 밖의 것을 선택하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능력이야말로 창의적 지능의 본질이다. 이것은 예술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정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적어도 AI가 스스로 "오늘 무엇을 할까?"를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즉 인공지능뿐 아니라 인공의지를 우리가 창조하기 전까지는, 그 결정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내가 『WTF?』에서 언급했듯이, AI는 우리가 요청한 것을 수행하는 강력한 요정과 같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요청한 것과 같지는 않다. 요정에 관한 모든 이야기의 교훈은, 마법의 소원을 받은 사람들이 늘 바르지 않은 소원을 빈다는 데 있다. 질문의 기술이 곧 핵심이며, AI는 질문을 하는 자의 지능과 통찰력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미래는 지능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이끄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Steve Jobs가(실제로는 Chiat/Day의 Craig Tanimoto의 창의성을 통해) 말했듯이, “다르게 생각하라.”


O’Reilly로 다시 돌아오자. 나는 O’Reilly 플랫폼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단순한 지식 저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은 저작물, 동영상,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고유한 가치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AI 기반 서비스를 개발함에 있어, 우리는 전문가들의 지식뿐 아니라 그들의 가치와, 우리의 조직적 가치를 함께 반영하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 전문가들이 단순히 '어떻게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믿고 싶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생각하는 방식을 전수하고 있다.


원문 링크: https://www.oreilly.com/radar/think-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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