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명예를 건 사람들의 분투기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방송 밖 숏터뷰
지난여름,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이 화제였다. 3만 평의 무인도에서 펼쳐진 이 피지컬 서바이벌은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2위에 올랐고,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뜨거운 호응을 얻은 출연진의 민첩함과 행동력은 사실 각자의 직업에서 다져진 ‘신체 능력’이었다. 거침없이 창문을 깨고, 장작을 척척 패고, 흙투성이가 된 여성들은 인간적으로 ‘멋있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로지 눈앞의 목표에 몰입하는 모습은 ‘경찰, 경호, 군, 소방, 스턴트, 운동’이라는 직업, 즉 자신의 한계와 씨름하는, 소위 ‘몸 쓰는 직업’에서 하루하루 쌓아온 단단함이었다. 그 안에서 ‘센 놈이랑 붙는 게 멋있지’ ‘그걸 해야 되면, 그걸 하는 걸로’ 등의 명대사도 탄생했다.
이 책에는 촬영이 끝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출연진(1~6장), 제작진(7장)의 인터뷰를 담았다. 직업에 명예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은경 메인 피디와 진심에 디테일이 있다고 믿는, 채진아 메인 작가가 직접 인터뷰하고 정리했다. 출연진이 직접 밝히는 자신의 인생관과 직업관에는 방송 못지않은 명대사들이 이어진다. 또한 유달리 몰입되는 촬영 현장이었다고 술회하는, 잔뼈 굵은 카메라 감독부터 침묵하지 않는 아이디어 회의를 해보고 싶어 참여했다는 작가까지 제작진들의 솔직한 목소리도 있다. 방송을 즐겁게 본 팬들이라면 빠뜨릴 수 없는 재미가 될 것이다.
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나머지 반만 진짜 인생일까?
일과 삶, 둘을 하나로 합친 사람들의 인생토크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까지 버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이 행운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는 일과 삶을 똑 분리해서, 일하지 않는 시간만 진짜 인생이라는 이분법을 쉽게 가정하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기도 하고(81쪽), 좋아하는 일이지만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후회하고, 반성하기 일쑤다. 그리고 괴롭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일을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뜻밖의 날도 있다.(339쪽) 그런 진심어린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직업에 명예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제목 ‘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의 배경은 프롤로그에 소개된다. 어느 날 저자 이은경 피디는 친구에게, ‘요즘 누가 일을 재미로 하냐’는 핀잔을 듣는다. 우리는 무려 하루의 반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지만, 그건 그저 생계일 뿐이기 때문에, 진정한 내 자아 찾기와, 인생의 재미는 나머지 반에서 찾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찬찬히 출연진들의 인터뷰, 제작진의 팀워크를 기념하는 인터뷰를 정리한다. 우리는 이 방송 밖 숏터뷰, 속 인생관의 행간에서, 그 의문을 조금씩 해소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인생과 하루를 반쪽씩 나누지 않고, 하나의 삶 안에 일을 진심으로 녹여내고자 노력한다.
‘다시 태어나도, 경호원을 할 거’라고 말하는 황수현 서울 중앙지법 형사팀 경호원, ‘꼭 이기지 않아도 재밌다. 그냥 유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김성연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벌기가 쉬운 건 아니니 복 받은 거다’라고 말하는 김경애 스턴트 배우, ‘여성으로서 깰 수 없는 곳을 향해서 계속 가는 게 멋있다’고 말하는 하슬기 스턴트 배우, 그저 바다가 좋고, 경찰이 되고 싶어서 둘을 합친 해양경찰에 지원한 김혜리 인천 해양경찰서 경장 등. <사이렌>의 출연진은 흙투성이 모습에서 벗어나 각자의 제복을 입고 책 《하루에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에 다시 모인다. 그리고 자신에 일에 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다운 역할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직업인들의 정직함이 만들어낸 인터뷰를 완성시켰다.
경찰, 경호, 군인, 소방, 스턴트, 운동
‘제가 몸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
책에는 방송 못지않은 생생한 명대사들이 가득하다. ‘몸 쓰는 일’을 선택해, 단순한 원칙을 세우고, 요령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강직함이다. 또 책에는 방송 콘텐츠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직업 현장 에피소드와 출연자들의 인생 비하인드 스토리, 일하는 모습과 어린 시절의 사진이 함께 소개된다.
“민원인들이 이래서 경호하겠어?” 하고 놀리면 팔이랑 등 근육을 보여준다는 이지현 경호원, 자살하려고 했던 시각 장애인을 극적으로 구하고 ‘경찰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경찰 김해영 순경, 나 홀로 소송 온 사람들을 안내하기 위해 기본 법 지식을 익히는 이은진 경호원, 화재 출동·심정지 출동 이후, ‘내가 늦게 가서 죽었나’ 곰곰이 생각하는 정민선 소방관,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찬다는 임현지 소방관, 여성 경찰 최초로 마약사범을 잡은 이슬 경사, 여고 시절 자주 출몰한 변태 잡으려고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군인팀 강은미 등.
이들의 인생관과 직업관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다양한 타협 지점도 있지만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이 ‘좋아하는 일’에는 고충도 따른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싫어질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때도 온다. 하지만 ‘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했고, 그때마다 늘 극복했기 때문에 새로운 일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군인팀의 이현선님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인터뷰에는 ‘한계에 도전하는 태도’도 자주 언급된다.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아직 안 해봤을 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운동팀 김희정 카바디 국가대표의 말은 그래서 여운이 남는다. 우승을 두고 겨뤘던 방송에서의 기싸움과 분투, 도파민 터지는 엔터테인먼트는 끝났지만 자신의 직업으로 돌아온 이들의 묵직한 하루하루는 여전히 계속된다. 이들의 하루는 반반씩, 즉 일과 삶 둘로 나눠지지 않는다.
프롤로그
“나는 원래 이런 새끼야” 이은경 피디
1장 경찰
“바다 멋있다. 경찰 멋있다. 합쳤네. 미쳤다.”
김혜리 | 인천 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경장
“많은 여자 형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슬 | 창원 해양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경사
“지구대에 ‘터미네이터’가 있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
때 이후로 제 별명이 ‘서미네이터’가 됐어요.”
서정하 | 대전 둔산경찰서 수사과 사이버범죄수사팀 경사
“간만에 스트레스 좀 풀고 싶다.
약간 집어던지고 싶다. 그럴 때 레슬링 하러 가요.”
김해영 | 대구 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 순경
2장 경호
“다시 태어나도 할 겁니다, 경호원”
황수현 | 서울 중앙지법 법원 보안 관리대 형사팀
“내가 마무리하겠다, 내가 지켜내겠다는 책임감”
이은진 | 서울 중앙지법 법원 보안 관리대 민사팀
“민원인들이 ‘이래서 경호 하겠어?’ 하고 놀리거든요.
그럴 때마다 팔이랑 등 근육 보여드립니다.”
이지현 | 대구 고등법원 보안 관리대 청사 보안팀
3장 군인
“할 땐 제대로 하는 게 군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봄은 |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근무 후 전역
“전역하기 싫습니다.”
강은미 |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근무 후 전역
“태극기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떨리거든요.”
이현선 |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일반 육군 근무 후 전역
“군인이라면 사격은 만발, 체력은 특급이어야 되지 않나.”
김나은 | 백골부대 근무 후 전역
4장 소방
“딱 두 개가 행복해요. 웃기다, 힘세다.”
김현아 | 경기도 화성 소방서 소방장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김지혜 | 경상남도 거제 소방서 장승포 119안전센터 소방사
“가장 간절한 순간에 찾는 사람이 119 소방관이니까.”
정민선 | 경상북도 상주 소방서 서성 119안전센터 소방사
“더 악착같이 운동하고 더 살아남아야겠다.
절대 마이너스는 안 되도록.”
임현지 | 충청남도 안전체험관 소방교
5장 스턴트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벌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김경애 | 스턴트 배우
“살.아.남.으.면. 스턴트 배우가 됩니다.”
하슬기 | 본스턴트 소속 스턴트 배우
“해보면 재밌는 일. 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돼요.”
조혜경 | 본스턴트 소속 스턴트 배우
“레디 하는 순간 표정이...
제가 고소공포증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세요.”
이서영 | 서울 액션 스쿨 소속 스턴트 배우
6장 운동
“안 되는 것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 안 해본 거잖아요.
그러니까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희정 | 카바디 국가대표
“어제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힘들어야 하고”
김성연 | 전 유도 국가대표
“한 번 뭔가를 배우면 그냥 죽어라 해요.
그것만 100번이고 1000번이고 그냥 해요.”
김은별 | 안산시청 소속 씨름 선수
“일도 클라이밍이지만 취미도 클라이밍이거든요.
스트레스도 클라이밍으로 풀어요.”
김민선 | 노스페이스 소속 클라이밍 선수
7장 스텝
“창피하기 싫어서 열심히 일하는 거거든.”
이창대 | 카메라 감독 ·〈35mm〉 공동대표
“너 레전드? 나 레전드! 오키오키”
유서진 작가, 채성운 피디
“대한민국에 이 프로그램을 하는 N년 차 작가는 나밖에 없어.”
장단비 작가, 황지영 작가, 하정은 작가, 이수빈 작가, 강은혜 작가
에필로그 / “뭐가 되지 말고, 내가 되자” 채진아 작가
감사의 말
본문 미리보기
친구들이 말했다. 나는 로또를 맞은 거라고. 요즘 일을 누가 재미로 하냐는 거였다. 하루의 반을 일하면서 사는데 재미가 없이 어떻게 일하냐고 물었더니, 나머지 반에서 재미를 찾으면 된다고 했다. 그럼 반쪽뿐인 인생 아니냐고 물었더니 다 반쪽 같은 인생을 산다고 했다. 사과만 해도 한쪽을 잘라 반쪽은 그냥 버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까운데. 사과도 아니고 인생의 반쪽을 그냥 버린다니. 보여주고 싶었다. 두 반쪽을 합친 하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에 명예를 거는 사람들을.
_ 프롤로그 11-12쪽
처음에는 왜 형사계 지원을 하려고 하느냐, 남자 직원들도 못 버티고 많이 나가는데 힘들다, 가지 마라 이렇게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형사계 와서 근무해보니까 이게 뭐 여자, 남자 상관없이 성향에 따라서 이 부서에 맞는지 안 맞는지가 결정되더라고요.
_ 이슬 28~29쪽
제가 그 주취자 분 가까이에서 걷고 있었거든요. 바로 땅바닥에 누르고 얼굴을 짓눌렀습니다. 그런데 그거를 우연치 않게 그때 근무가 아니던 주임님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신 거예요. 그 이후로 지구대에 ‘터미네이터’가 있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제 별명이 ‘서미네이터’가 됐어요. 진짜 우연이었어요. 그 분이 술도 많이 드시고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하시니까 좀 더 수월했어요. 그리고 사실 먼저 때리셔서 제압이 가능했죠. 그게 없었으면 뭘 못 했었을 것 같아요.
_ 서정하 43쪽
그냥 스파링 하면서 운동하는 거. 격한 운동은 또 다르잖아요. 크로스핏 같은 거는 그냥 말 그대로 기구를 들고 하면서 숨차는 거고, 누구랑 부대끼면서 막 숨차는 거는 또 다르죠. 지금까지 느껴왔던 그런 느낌도 있고. 간만에 한 번 스트레스 좀 풀고 싶다. 약간 집어던지고 싶다. 그럴 때 레슬링 하러 가요.
_ 김혜영 55쪽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들이 펼쳐질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나는 내 생각보다 가능성이 있고 한계를 뛰어넘는 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의 두려움 대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진 모든 분들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고, 맡은 본업에 충실하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호원이 되겠습니다.
_ 황수현 69-70쪽
법정 지식을 많이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오시는 분들은 판사님한테 물어볼 수가 없어요. 사건이 너무 많으니까 생각보다 말할 시간이 없어요. 근데 유일한 사람이 저예요. 그러니까 제가 충분히 말씀 드려야 그거를 다음 재판 때까지 준비해서 오시는 거예요. 제주도에서도 오시고 부산에서도 오시는데 그런 걸, 그냥 가볍게 생각해서 보내면 이 분은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제대로 준비를 못해오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오늘 하신 거 물어보시면 ‘오늘 하신 거는 이러이러한 거였고 다음에는 이렇게 하세요’라고 한다든지 조금 더 가족처럼 하려고 합니다. 이 분한테는 헛수고가 되면 안 되니까요. 우리 어머니뻘도 있고 할머니뻘도 있고, 몸 불편한 분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알려드리려고 노력합니다.
_ 이은진 78-79쪽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표정이 있어요. 녹음하려고 하면 제 눈치를 본다던지, 몰래 뭔가 꺼내려고 할 때 허공을 본다던지 미소를 짓는다던지 다음 행동이 있기 때문에 민원인의 표정이나 행동을 잘 보고 집중해야 돼요. 재판 중에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보다 건장한 남자들과도 대적해야 할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머릿속에 ‘집중하자, 놓치지 말자’ 생각합니다.
_ 이지현 86-87쪽
웃을 땐 웃고 놀 땐 놀고 할 땐 제대로 하는 게 군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군인 하면, 그중에서도 특전사라면 단결력이거든요. 각자 역량이 굉장히 뛰어나신 분들이 계셔도 단합이 안 되면 그냥 껍데기일 뿐이에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누군가가 채워주고 같이 안고 가면서 꼴등일지언정 끝까지 가는 모습이 저는 더 멋있더라고요. 군대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단결력.
_ 김봄은 104쪽
제가 섬에서 자라서 다섯 살 때부터 유치원을 다녔는데 한 시간 거리를 항상 걸어 다녔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축구 선수를 했었고요. 축구부 주장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또 합기도를 시작했는데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주변에 변태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냥 변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합기도를 시작하면서 계속 운동을 했었던 거 같아요. (중략)
‘이거 해야 돼’ 이렇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걸 왜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같이 재미있게 가자’ 이런 식으로 임했어요. 군 생활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_ 강은미 107쪽
사실 좀 두렵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걸 꼭 해야겠다고생각하면 무조건 앞만 보고 갔는데 지금 어찌 됐든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온 거잖아요. 그거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그리고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서른이라는 나이가 (부담이) 커요. 부담이 많이 되고. 하지만 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했고, 그때마다 늘 극복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_ 이현선 126-127쪽
버스도 여자 기사 분들 있잖아요. 차가 크면 운전 각도가 어렵겠지만 차가 크다고 해서 핸들이 더 무겁고 이러지 않아요. 그냥 안 해보던 거라서 약간 미지의 업무라 여자 분들이 많이 안 하셨어요. 옛날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대한민국이. 근데 점점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 바꾸려고 또 엄청나게 노력 많이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고요.
_ 김현아 146쪽
아직 기관은 여자들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남자가 사고 내면 어쩔 수 없었지만 여자가 사고 내면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거든요. 근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그냥 가서, 사고 내도 내가 책임진다고 얘기하니까 시켜주던데. 그렇게 하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는데 조금 개방적이신 분들은 ‘그래 한번 해봐라’ 하셔서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_ 김지혜 156쪽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하고, 고등학교 때까지 체대 입시 준비하면서 운동을 계속했어요. 직접적인 계기는 고등학교 때 학교 화장실 칸 안에 친구가 쓰러져 있었는데 제가 신고했거든요. 저희 학교까지 소방관 분들이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제가 그 친구를 업고 학교 밑까지 한참 뛰어내려갔어요. 병원까지 같이 가고 그 친구 부모님이 울면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고. 그때 ‘소방관이 이런 일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가장 위급하고, 간절한 순간에 찾는 게 119이지 않습니까? 내가 그런 일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 싶어서 어려서부터 계속 관심 가지고 꿈꿔왔던 거 같아요.
_ 정민선 164쪽
호텔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옥상으로 대피하고, 저희가 착용한 공기 용기 옆에 달린 보조 마스크가 있거든요. 그걸 손님들에게 씌워서 1층까지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다행히 화재 현장에 있던 분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어요. 근데 그분들이 저희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는 거예요. 근데 그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마음이 벅찬 순간이었어요.
_ 임현지 176-177쪽
재밌어요. 너무 재밌고 좀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거 있잖아요. 제가 선구자까진 아니지만 이 종목이 계속 잘됐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느는 것도 보이고 한국을 대표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거나 하면 뿌듯하고 주위에서 뿌듯해해주는 게 기쁜 것 같아요. 아직 이 운동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_ 김희정 229쪽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넘길 때의 쾌감은 당연히 있고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선수들이라면 한 번에 넘기기가 쉽지는 않아요. 제가 업어치기를 잘하는 걸 알아서 상대방이 방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상대가 저를 간파해도 제가 ‘업어치기인 줄 알았지’ 하면서 다른 기술을
썼을 때도 재밌고, 제가 오히려 속아서 넘어갈 때도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 이러면서 넘어가도 재밌고. 꼭 이기지 않아도 재밌어요. 저는 그냥 유도를 좋아해요.
_ 김성연 237쪽
일종의 ‘센 척’ 마인드로 ‘언젠가 이 일을 그만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시기 나에게 (언젠가) 입봉 하자던 피디님의 제안은 나에게 큰 위로였다. ‘잘’ 하고 있다고, 그만두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도 된다고. 그래서 나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올 지도 모르는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 속이지 않기로 했다. 힘들었지만 좋아했고, 좌절했지만 좋아했고, 때때로 열받지만 좋아했다. 그래서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에필로그 339-3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