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교, 시장, 정치, 법률은 물론 화폐, 투자, 금융, 계약, 직장, 브랜드, 시장, 블록체인 등의 제도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영위하는 모든 것에 숨어있는 원동력인
신뢰
를 시대를 꿰뚫어 통찰해 보는 책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단 하나의 단어로 축소해야 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개인적으로 답을 내 보자면 모든 세상의 이치나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 학문이고 학문이 추구하는 방향이 진리탐구이니 진리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싶다.
만약 적어도 우리 인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를 내린다면? 이에 대한 질문이나 답은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난 후에는 하나의 단어를 선택할 수 있을 듯 하다. 바로 이 책의 제목 “신뢰(Trust)
“이다.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물들을 구분짓게하는 단 하나의 특징
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보통 일반인들이 흔히들 답을 낼 만한 직립보행, 언어, 도구사용, 지능 등이 아니었다. 그 답은 “종교”였다.
확실히 다른 동물이나 식물들은 종교가 없다. 도구 사용 등은 일부 유인원 계통의 동물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고 언어도 돌고래 집단에서 사용한다고 하지만 종교를 갖춘 무리의 동물들은 들은 적이 없다.
일상이 바빠 더 이상 깊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지만 꽤 흥미로운 주제였는지 이후 몇 년간 머리속에서 심심할 때 마다 맴도는 주제였는데 이 긴 시간동안의 궁금함을 속시원히 해소해주는 책이 드디어 등장했다.
종교에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종교를 가능하게 한 근원은 신뢰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근원에 신뢰가 있다.
5장에서 다루는 주제인 화폐, 금융, 계약, 직장, 브랜드, 시장 등 흔히 인간 사회라 일컫는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양을 할하여 시간을 소모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 그래서 우리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세상의 전부로 보이는 그 장 또한 신뢰를 근원으로 한다.
이 책은 신뢰가 어디서 발생하였는지를 비롯하여 오늘날의 제도를 제대를 이해하는 법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함께 활동을 영위해야 더 서로를 위한 인류를 위한 활동이 될 수 있는지 고찰하는 책이다.
1장에서는 그 근원을 찾기위해 생물학, 경제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거대한 물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를 들여다보면 꿀벌이 침을 한 번 쏘면 죽게되는 매커니즘에서 종족은 하나 하나의 유기체를 위해서가 아닌 근원적으로 유전자
를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아기의 미소
는 걸을걸이보다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엄마 뱃 속에서 웃는 연습을 한다. 이 미소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상대로 하여금 나에게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학문적으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후천적이 아닌 선천적으로도 우리가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이다.
던바의 숫자
라는 것이 있다. 우리 두뇌의 신피질은 기억력 등의 한계로 한 사람당 약 150명 이상의 인간과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우리는 더 큰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SNS를 통해 많은 경우 수백만명의 사람과 팔로우를 맺고 있고 1억명이 넘는 국가도 존재한다. 인간 한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 데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
이 책에서는 원시 부족 사회부터 중세 사회를 거쳐 종교, 시장, 정치, 법률 등이 형성되고 작동되기까지 던바의 숫자를 뛰어넘어 신뢰가 어떤 원동력으로 파생되었는지를 상세히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생물학적 본능의 매커니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과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세대 간 죽음으로 잊혀진 끊어진 연결 고리를 이어지게 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 중의 하나도 이러한 미싱링크를 연결하게 해주는 긴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통찰
을 제공해준다는 데에 있다. 세대 간 전달에 실패한 고귀한 진리와 지식을 무엇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인가?
2장에서는 전문기관에 대한 신뢰를 자세히 살펴본다. 4차 산업혁명과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역사 더 정확히는 과거의 데이터나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리라 확신할 근거는 없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 듯 전문 기관에 대한 신뢰성은 적어도 최근 수십년 간 계속 우하향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현상인지
에 대해 고찰해야 신뢰의 매커니즘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또는 위기로 작용한다면 어떻게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장과 2장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활동, 규칙, 사회가 과거로 부터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하며 현재에 이르렀고 미래에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살펴보았다면 3장에서는 지금까지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세상이 될지 신뢰를 바탕으로 신뢰를 어떻게 활용할지
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신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진리탐구 앎의 만족 그 자체로도 의미있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의미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수록 세상을 빛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 3장이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영역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4장 이후 후반부는 약간 미시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4장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도 다루고 저자 개인의 관점을 엿볼 수 있으며 저자가 몸담고 있는 학문인 경제학
에 보다 초점을 맞춰 신뢰를 살펴본다.
경제학 위주의 신뢰이기에 스케일은 좁지만 저자의 직업과 평생이 담겨있는 분야이기에 더 전문적으로 신뢰 작동의 매커니즘을 엿볼 수 있었다.
5장은 신뢰가 만든 세부 구현체
화폐, 투자, 금융, 계약, 직장, 브랜드, 시장, 블록체인 등에 대해 살펴본다. 다른 주제는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적어도 화폐는 모두가 이용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파트이다.
신뢰의 특성을 바탕으로 생성된 제도나 규칙들이 얼마나 형성되기 어렵고 신경쓸 것이 많은 주제인지를 엿볼 수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화폐는 얍섬의 거대한 돌 화폐
일화를 들여다보면 화폐가 가진 속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왜 화폐가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1950년 대에 미국에서 시행한 아이 돌봄 쿠폰
도 일종의 화폐의 기능을 담당했는데 이 쿠폰의 숫자와 돌봄 목적의 실표성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를 통해 당연하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화폐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수 천년의 문명을 꿰뚫는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화폐를 선천적이듯 받아들여버린 선조들의 고찰 없이 화폐를 영위하는 환경에서 필요하지 않은 화폐를 고찰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뜻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경제 매커니즘이나 미래에 대한 안목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다가올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얻게 될 것이다.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세상에 새로운 가치
를 부여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세상에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열쇠는 신뢰에 있음을 강조한다. 신뢰가 지금 우리의 사회와 제도가 있게 해준 것처럼 많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를 이끌 것이다. 세상은 늘 어리석어 보여도 낙관론자의 결론대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인간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을 아는 재미는 물론이고 신뢰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 타인과 사회의 숨겨진 모습을 엿보며 삶을 윤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나아가 세상이 행복해 지는 열쇠인 신뢰에 대한 세상의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더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