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로 향해가는 이기적인 나르키소스 인류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각 장에 담긴 과학, 철학, 문학, 교양 등 분야별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거대한 우주에서 인류의 발생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생에서 소멸까지, 물리적인 몸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정신 세계의 여정에 이르기까지 공간, 시간, 철학의 물줄기
를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인류 즉, 호모 나르키소스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1장 ~ 4장은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어떻게 발생하고 움직이는지 거대한 자연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넓은 시야로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꽤나 대단해 보였던 인간이 그저 우주를 구성하는 평범한 일부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졌듯 인간의 유전자 수는 미개한 선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양파의 DNA는 인간보다 5배나 많다. 인간은 그만큼 대단할 것도 없는 존재
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어떤 특별한 존재인 양 지구와 환경을 파괴하며 공생하는 다른 생물 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며 세상을 소멸시켜가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인듯 하다.
1장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지구는 골디락스 존
에 있다. 태양과 너무 가까워 타 죽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너무 멀지 않아 얼어죽지 않을 수 있는 매우 희박한 확률로 생존이 가능한 축복을 받은 셈이다.
이것이 조물주의 뜻이든 우연이든 간에 이는 오만한 인간이 이뤄낸 것이 아니기에 축복 그 자체이며 감사히 여기며 소중히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 소중한 골디락스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로 이끌고 있다.
즉 인류는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의 작품에서 일컬었던 나르키소스
그 자체이다. 우리의 이기심은 이런 파괴 행위를 멈출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마지막장에 언급된 바와 같이 우아하게 소멸하는 길일 뿐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구를 파괴해나가는 행위는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 우리 일상을 뒤흔들었던 바이러스인 코로나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석기 시대 매머드 등의 다른 종을 멸종시킨 것을 시작으로 오존층, 온난화, 플라스틱, 사막화 등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파괴가 우리 인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할 것은 오직 다른 생물 종에게 보다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
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 이름을 읽고 들을 수 있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다 죽고 없어진 세상에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이 책은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인류의 철학적 존재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와 내용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그동안 몰랐던 알고나면 신기하게 여길만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상식들이 풍부하다.
우주에서 인간이 발생하고 대를 잇는 과정이나 유전자 등 우리 몸이나 다른 생물들이 어떤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죽음, 문명, 위대함과 같은 인류가 쫓는 것들이 허황된 것은 아닌지 얼마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인류 문명사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일화도 엿볼 수 있다.
무거운 주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흥미로운 과학, 철학, 역사 일화나 상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 인류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
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그저 재미로 읽는 것도 책을 읽는 충분한 의미가 되겠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통찰은 우리를 행복
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혹시라도 우리 인류가 나르키소스에서 벗어나 이 모든 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나르키소스가 아닌 호모 데우스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하며 리뷰를 마친다.